무학산 50대 여성 등산객 살해 사건 해결에는 DNA(Deoxyribo Nucleic Acid·디옥시리보핵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피해자의 등산용 장갑에 묻어 있는 극미량의 피부세포 분석으로 피의자를 특정해 검거했다. 이 피부세포는 살해사건 당시 날씨가 추운 탓에 유일한 노출 부위인 피의자의 얼굴에서 긁혀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수사 중 DNA 채취·감식은 주로 유골, 모발, 혈흔 등 시료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분석 기법의 발전으로 DNA를 갖지 않은 땀과 침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증거물에 많은 세포량이 있어야 감식이 됐지만, 기술 발전으로 10여년 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세포량으로도 유전자 정보를 뽑아낼 수 있게 됐다. 땀과 침에 DNA가 없더라도 피부세포와 구강세포가 극미량으로 함께 묻어 나오기 때문에 감정이 가능하다.
수사기관은 시료를 녹여 DNA를 추출하고, DNA에 담긴 30억개 정도의 유전자 정보 중 필요한 부분을 증폭시켜 얻어낸다. 감정 결과는 빠르면 24시간 이내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다.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는 “DNA 수사기법은 달라진 게 없지만 적은 양의 세포에서도 DNA를 추출할 수 있는 부분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했다”며 “여러 샘플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장비 도입으로 긴급을 요하는 사건일 경우 하루 만에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