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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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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함안농부협동조합 박재민 이사장

농촌은 ‘기회의 땅’… 편견 갈아엎고 ‘건강한 공동체’ 일궈갑니다

  • 기사입력 : 2023-11-29 21: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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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 대기업 요리사로 일하다 귀농
    초기 시행착오 협동조합 만들어 극복
    청년·지역 농업인 함께 신제품 등 개발

    코로나 위기로 체험 프로그램 매출 ‘0’
    농산물 온라인몰 구축 등 사업 다각화
    자랑스런 농어업인상 등 수상 쾌거

    “삶을 풍족하게 만들 기회 많은 농촌
    함께 노력·성장하는 ‘팀다운 팀’ 통해
    건강한 공동체 유지해 나가고 싶어”


    지난해 귀농 인구는 1만6906명으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관련 조사가 이뤄진 2013년 이후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영농자금과 기술 부족이 귀농 정착에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박재민(43) 함안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은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지역과 협력해 성장하는 영농 모델로 지난해와 올해 다수의 정부 포상도 받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 대기업 요리사 자리를 박차고 함안에 정착한 박재민 이사장은 귀농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이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함안농부협동조합은 지역 공동체는 실패하기 쉽다는 기존의 편견을 떨쳐버리고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시골 생활이 매력 넘친다는 박 이사장에게 귀농과 협동조합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재민 함안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이 함안군 군북면 별별체험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박재민 함안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이 함안군 군북면 별별체험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대기업 요리사가 농부가 된 이유= 박 이사장은 함안에 귀농하기 전에는 서울에 있는 대기업 의전팀 요리사였다. 일본 유학을 거쳐 일식 요리 전문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박 이사장의 서울 생활도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도 만만찮은 일상의 연속이었다. 오전 6~7시에 출근해서 퇴근하면 밤 10~11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 각박한 서울살이를 뒤로하고 같은 기업 한식 담당 팀장이었던 아내와 함께 함안으로 2012년 10월 귀농했다. 함안에 터를 잡은 것은 부부 각자 고향의 중간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직장 생활과 비교하면 지금은 절반 수준의 수입이지만 내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농사는 이렇게 박 이사장의 일상이 됐다.

    ◇쉬운 게 없는 농사, 협동으로 극복= 박 이사장은 귀농해 5년여간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농사는 생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포장, 판매, 판로 확보, 홍보, 투자, 때로는 가공까지 해야 하는 기업 경영의 축소판이었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과거 농사 경험이 없었고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다 보니 수입도 변변찮았다. 이런 문제는 지난 2017년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점차 줄어들게 된다.

    박 이사장은 “저뿐만이 아니라 귀농한 청년 농업인들이 공통적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귀농 후 5년 정도 지나니 더 이상 지속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 농업인과 지역 농업인이 서로 도와 가며 농산물 생산, 가공, 판매를 분업화하고 지역에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함안농부협동조합이다”라고 말했다.

    ◇결속력으로 다져진 함안농부협동조합= 협동조합은 ‘목마른 사람들이 직접 파는 우물’이라고 한다. 함안농부협동조합은 2017년 지역의 ‘목마른’ 농부 5명이 모여 만들었다. 어려움이란 공감대는 협력의 힘을 발휘했다. 조합원은 올해 기준 12명으로 늘었고 조합원 모두 자신의 농업을 경영하며 협동조합을 통해 체험 프로그램,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귀농에도 초기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과 같이 협동조합도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그중 지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입소문을 타며 반응도 좋았던 협동조합 사업의 주축인 체험 프로그램이 멈춰 섰다.

    박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체험 프로그램 매출이 상당 기간 전혀 없었다. 협동조합 운영 고정비용은 그대로인데 매출이 없으니 정말 큰 위기였다”며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함안농부협동조합은 함안지역 농민들과 협업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몰을 구축했다. 세련된 웹페이지는 아니었지만 조합원들은 농산물 소개에 전력투구했고 진심이 통했다. 경남도와 함안군의 지역 농산물을 알리는 온라인 쇼핑몰 상세페이지 제작 용역을 수주했고 여기엔 기존 자체 제작했던 온라인 몰이 좋은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를 계기로 박 이사장은 지자체도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함안에 살아보기 사업, 함안 청년 특화 사업, 특산자원 융복합 기술 지원사업, 마을기업 육성사업 등에 참여하며 활동 폭을 넓혔다.

    이 밖에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비대면 체험 키트를 개발해 판매하며 사업 모델 다양화에 힘을 쏟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협동조합 연매출은 초창기 2000만원 선에서 올해 4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콩, 보리 등을 활용한 곡물 가공 제품, (요거트) 등을 개발해 판매 제품을 다양화했고 향후 수출에도 도전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박 이사장은 올해 제29회 경남도 자랑스런 농어업인상을 수상했고 앞서 2022년에는 소상공인협동조합 컨퍼런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농총지원사업 종합평가회 경남도지사 표창,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표창 등을 수상하며 외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엔 조합원들 모두가 열의를 갖고 협동조합 일을 꾸려나간다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지난 27일 박재민 함안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이 별별체험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조규홍 기자/
    지난 27일 박재민 함안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이 별별체험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조규홍 기자/

    ◇“농사, 정말 힘들지만 가능성 크다”= 박 이사장이 처음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농촌에서 삶을 여유롭게 향유한다는 것은 오판이었고 지금도 일의 연속인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일이 삶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로 인해 삶이 더 풍족해진다는 것을 느낀다는 점이다. 조금 더 부지런할수록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 잘 자라고 조금 더 협업할수록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점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일이다.

    박 이사장은 “회사 다닐 때 성장 가능성은 자신의 경력을 쌓아서 조금 더 나은 자리로 승진이나 이직을 하는 정도에 제한돼 있다”며 “반면 농업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1·2·3차 산업, 이를 합친 6차 산업까지 정말 다양해 나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이 노력이 바탕이 된 성과를 보면 일의 만족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농업의 가능성을 높게 보라고 조언한다.

    박 이사장은 “박람회에 가보면 신박한 농촌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많이 있다”며 “물론 농사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득 감소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더 높은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도시적 삶의 방향성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 기회는 농촌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동조합, 지역 공동체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기존 편견을 깨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그런 점에서 함안농부협동조합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이뤄나가는 ‘팀다운 팀’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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