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무학산 산행에 나섰던 50대 여성 등산객이 살해된 지 86일째를 맞았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해를 넘기고도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자칫 사건이 미궁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11시 30분 무학산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A(51·여)씨가 다음 날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A씨의 사망원인은 머리 뒷부분에 받은 강한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로 밝혀졌다. 경찰은 여러 정황상 타살로 단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최신 수사기법까지 도입했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 만인 지난해 11월 2일 제보 전단 4000여 장을 제작·배포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9일에는 도내 강력사건 신고보상금 중 역대 최고액인 1000만원을 내걸었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김정완 마산동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본부는 기존 수사전담반 50명에서 81명으로 확대 편성됐으며, 이후 인근 경찰서에서 추가로 인원이 투입돼 현재 100여명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창원시내 전역 4000여 대의 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하고,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DNA 21점 중 12건에서 9명의 남성 DNA를 찾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았다.
경찰은 최근 기지국을 통한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추적해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최신 수사기법까지 도입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기존 용의선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50대 남성을 용의자로 추정하고 지난 8일 집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사건 당일 현장 인근까지 간 행적을 확인, 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그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잇따른 용의자 특정 실패= 경찰은 일부 목격자가 진술한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은 보통 체격의 40~50대 남성’을 용의자로 추정해 목격자 최면수사까지 벌였다.
그리고 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11일께 등산로 주변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상착의와 비슷한 남성을 붙잡아 조사를 벌였지만, 용의자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사건 발생 전후 시간대 무학산을 찾은 등산객 가운데 9명도 1차 용의선상에 올려 정밀조사를 벌였지만 결정적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 기지국 수사로 50대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잇따른 용의자 특정 실패로 사건은 자칫 미궁에 빠질 조짐이다. 증거 자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줄 시민 제보도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100일이 되는 시점까지도 수사에 진척이 없을 경우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수사전담반 체제로의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마산동부경찰서는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목격자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사건과 관련된 사소한 단서라도 경찰에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사건 관련 제보는 마산동부경찰서 형사계(☏233-7107∼8)나 112로 하면 된다. 김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