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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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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출범 15년만에 좌초… 원인은?

무리한 투자로 위기… 경기침체 대응도 실패
2008년 금융위기로 재무상태 악화, 수직 계열화로 연쇄 타격
중국 조선사 영향으로 선가하락… 4조원 수혈에도 영업손실

  • 기사입력 : 2016-05-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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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X조선해양이 부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4조원 이상 자금을 지원 받고도 경영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결국 법정관리 체제 전환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4위 조선사로, 국내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던 거대 그룹인 STX조선해양은 이로써 15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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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법정관리 불가피성을 밝힌 가운데 25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정문에서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오고 있다./전강용 기자/

    ◆‘인수합병’ 성공적 출발= STX조선은 2001년 (주)STX가 대동조선을 인수해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새롭게 출범했다.

    초기 행보는 자신감이 넘쳤고, 성공적이었다. 강덕수 회장의 전략은 인수합병(M&A)이었다.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다음,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수익을 내 빌린 자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2001년 10월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을 시작으로 20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차례로 사들였다.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은 양호했다.

    STX조선은 인수할 당시 연간 건조 능력 14척, 매출 4000억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5년 만인 2006년 건조 능력 47척, 매출 1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건조량과 매출액이 5배 가까이 늘면서 단숨에 세계 5위의 조선소로 도약했다. 2004년 개발한 육상건조공법인 SLS(Skid Launching System)는 생산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업계 최초의 성과였다. 2008년에는 연간 수주 실적 259만CGT(표준화물선환산t수)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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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투자·수직 계열화에 휘청= 승승장구하던 STX조선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가장 먼저 조선·해운 등 바다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STX조선 역시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그룹의 재무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조선·해운 업황의 침체는 선박 엔진과 조선 기자재 사업에도 영향을 미쳐 STX엔진과 STX중공업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확장 경영과 공격 경영으로 성공적 행보를 보였지만 위기 대응에는 약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금융 위기에 따라 재무 상태가 악화 일로를 치달았지만 STX그룹은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2009년 STX다롄에 2조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무리한 수직 계열화도 잘못된 판단으로 분석되고 있다. STX그룹은 출범 때부터 선박의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판매처를 갖기 위해 인수 합병과 함께 수직 계열화를 시도했다. 수직 계열화는 제조 과정을 통제하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계열사 하나가 실적이 부진하면 다른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국 STX조선은 집중적으로 중형탱커(MR·40~50K급) 시장에 뛰어든 중국 조선사로 인해 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2013년 5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를 맞았다.

    채권단이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2013년 1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3000억원, 2015년 2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간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마지막 단계를 맞게 됐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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