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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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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고교 노예각서, 처음엔 '닭강정 내기'였는데…

함양 ‘노예각서’ 파문 전말
게임 이긴 후 이미 써놓고 접어둔
‘노예하기’ 보여주며 복종 강요

  • 기사입력 : 2015-07-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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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학생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재구성한 ‘노예각서’.

    속보= 함양지역 고등학생 ‘노예각서’ 파문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이 된 ‘노예각서’는 작성됐지만 가해학생이 소지하고 다니다 폭행 사실이 불거지기 이전에 버려진 것으로 확인됐다.(8일자 1면, 9·10일자 5면)

    함양경찰서는 지난 7~8일 해당 학교 3학년 가해학생 A군과 피해학생 B군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경찰은 가해학생 A군을 상대로 4시간가량 조사를 해 노예각서 작성 경위와 내용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과 B군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 중 일치하는 부분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1년여 동안 진행된 두 학생 사이에 벌어진 학교폭력과 노예각서에 대한 주요 내용을 재구성해봤다.

    ◆노예각서는 어떻게 해서 작성됐나= 논란이 됐던 ‘노예각서’는 지난달 중순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군은 학교 실습실에서 B군을 꾀어 온라인 축구게임을 하자며 내기를 제안했다. 승패에 따른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A군은 ‘지면 닭강정 사오기’라는 제목에 서명을 위한 ‘(인)’을 만들어 B군에게 서명하도록 했다. 이후 A군은 게임에서 이겼고 B군에게 ‘각서’를 다시 보여주면서 접어놨던 아랫부분에 이미 써놓았던 ‘노예하기’를 보여줬다. 이어 A군은 구두상으로 B군은 노예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존댓말을 쓸 것 △전화하면 나올 것 △방학이 끝날 때까지 시키는 대로 할 것 등을 강요했다. B군은 “이런 게 어딨냐”고 따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노예하기’ 각서 작성 이후에 A군의 괴롭힘은 지속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이 작성한 이 각서는 6월 말과 7월 초 사이에 버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군이 당시 작성했던 각서를 재구성하도록 해 진술서에 첨부했다.

    B군의 학부모는 “아들이 일기장에서 ‘죽고 싶다, 괴롭다’ 등의 내용을 언급했다”며 “노예각서 이후로 더욱 시달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체격…왜 일방적으로 당했나= A군과 B군은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알게 됐다. 그러나 A군이 B군을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그해 5월부터였다. A군은 키 173㎝에 호리호리한 반면 B군은 169㎝에 뚱뚱한 체격이었다. 크게 차이 나는 체격은 아니었지만 B군이 폭행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A군이 유도에 능숙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A군이 B군에게 폭력을 가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B군이 못생겼다, 밉다 등 이유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때로는 B군에게 좋다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군은 경찰에서 대부분의 폭행이 경미한 것으로 진술했다. 경찰조사에서 확인된 A군의 폭력 행위 유형은 △종이를 말아 얼굴에 던졌다 △지나가다 어깨를 쳤다 △실습용 자를 가지고 손바닥을 때렸다 △3일 간 숙박한 실습활동 때 B군을 데리고 유도 연습을 했다 등이었다. 그러나 피해 학생 부모는 “지난 5월 때는 아들이 가슴이 아파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은 적이 있다”며 A군의 폭력은 심각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경찰은 “A군이 B군을 상대로 폭력은 행사했지만 현금 등 금품을 갈취한 적은 없다”면서 “가벼운 폭력이라도 상대방에게는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찰조사는= 경찰은 A군이 각서를 작성할 당시 물리적 억압은 없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A군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A군을 동급생을 폭행하는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다른 학생에 대한 폭력 행사 여부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학생 부모들은 학교 측의 직무유기 부분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교사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를 위한 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철·서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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