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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과학- 홍종화(재료연구원 재료공정연구실 선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4-03-14 19: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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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극장에서 영화 〈쥬라기 공원〉(1993)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회색빛 거대 도마뱀을 닮은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현실감 가득한 이미지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한때 티라노사우루스의 복원된 모습이 깃털 무성한 ‘커다란 닭’처럼 발표됐을 때, 누구보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최근 연구에서는 대체로 비늘이 뒤덮인 영화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회귀했지만 말이다.

    올바른 가정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연역 논증’과 달리, 과학은 관찰과 실험을 바탕으로 법칙에 도달하는 ‘귀납 논증’을 탐구 방법으로 채택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학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이 자꾸 달라지고,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으며, 함께 돌던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인정하지 않았던 확률적 개념의 양자역학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현재 대세로 인정받는 ‘빅뱅 우주론’ 역시, 처음부터 주류 이론은 아니었다. ‘빅뱅(Big-Bang)’이라는 단어는 우리말로 ‘크게 쾅’이라는 뜻인데, 이 단어만으로도 당시 학계의 ‘빅뱅 우주론’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처음엔 우주가 정지해 있다는 ‘정적 우주론’과 이와 반대로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동적 우주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다가 이 논쟁은 허블의 관측을 통해 우주가 팽창한다고 과학자들이 결론을 내리는 걸로 갈무리됐다.

    하지만 우주론에 관한 논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적 우주론이 대세가 된 이후에도 물질이 팽창하면 밀도가 감소할지, 유지될지에 관한 또 다른 논쟁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결국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면서 ‘빅뱅 우주론’에 관한 논쟁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약 3000K였던 우주 온도가 현재 약 3K에 불과할 것이라는 이론 물리학자들의 예측대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인간이 지닌 한계이기도 하다. 빅뱅 우주론이 인정받기까지 수많은 논쟁이 거듭된 것처럼, 끊임없는 ‘귀납적 논증’에 의해 지금의 과학적 사실이 먼 훗날 오류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현시대에 국한한 과학적 지식이란 사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으로 현 인류는 다시 한번 겸손함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갖고 올 과학 탐구를 향한 동기부여를 함께 얻어야 할 것이다.

    홍종화(재료연구원 재료공정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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