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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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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전 위협하는 창원 시내버스 (하) 시내버스 직접 타보니

급제동·급출발로 20여분간 20회 이상 ‘휘청’
정류장 앞 급정거·정지선 무시 기본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치고 밟히고’

  • 기사입력 : 2015-12-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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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만요, 기사님!”

    한 아주머니가 버스 출구 문이 닫히자 소리를 질렀다.

    “사람이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해요.” 버스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았고, 버스가 휘청거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주머니는 황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1~2일 이틀간 창원지역 시내버스를 출근 시간, 낮 시간, 퇴근 시간으로 나눠서 타봤다.

    안전운행을 하는 버스기사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급정거, 급출발을 일상처럼 했다.

    신호도 잘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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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경남신문 DB/

    ◆출근 시간, 급제동·급출발 예사

    2일 오전 8시 20분께 창원 불모산동에서 마산 월영아파트까지 운행하는 102번 버스를 소답동에서 탔다. 출근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이 버스 안을 가득 메웠다. 자리를 잡으려 했는데 버스가 급출발하는 바람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만 팔로 옆사람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이날 소답동은 장날이라 도로변에 불법 주차가 많았다.

    편도 2차선 도로가 졸지에 1차선이 됐고 버스는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주행했다. 그만큼 브레이크를 자주 밟았고 그때마다 승객들은 휘청거렸다. 버스는 3·15대로와 같은 편도 4차선 도로에선 속도를 냈다. 정류장이 코앞이었지만, 3단까지 기어변속을 하고 달렸다. 당연히 정류장 앞에선 급정거할 수밖에 없었고 승객들은 위험했다. 마산 어시장쯤에서는 앞서 가던 263번 버스가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렸다.

    승차하고 50여분 뒤 경남대학교 앞에서 하차했다. 떠나는 버스 뒷유리창에는 ‘급제동 급출발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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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시간, “더 빨리”

    출퇴근 시간만 버스들이 바쁘게 움직이는가 싶어 한가한 낮 시간에도 타보기로 했다. 1일 오후 1시께 경남도청 앞에서 211번 버스를 타고 의창구청까지 갔다. 도로가 한산해서 그런지 버스는 속도를 냈다. 앞차가 조금만 늦게 가도 ‘빵빵’ 경적을 울려댔다.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도 승객이 없다 싶으면 주행할 때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렸다.

    급기야 사림동 민원센터 앞에서는 승객을 늦게 발견해 정류장보다 10m나 지나쳐 태웠다. 급정거가 잦아 승객들이 바닥에 세워놨던 물건들이 엎어지기 일쑤였다. 승객이 하차벨을 눌렀지만, 정차하지 않은 경우가 2번이나 있었다. 의창구청 앞에서 하차해 길을 걷고 있는데 2분도 안돼 다른 211번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갔다.

    ◆퇴근 시간, “이제는 그러려니”

    같은 날 오후 6시 15분께 창원서부경찰서 앞에서 상남동으로 가기 위해 105번 버스를 탔다. 퇴근시간 만원 버스라 앉을 자리는 없었다. 원이대로에서 버스는 속도를 내며 2~4차선을 왔다 갔다하며 달렸다. 정거장 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지만 버스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잦은 기어변경으로 버스 안이 쉴 새 없이 휘청거렸다. 정지선 무시는 기본, 잦은 급제동·급출발 탓에 속이 울렁거렸다. 버스는 커브길에서도 속도를 냈는데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은 탓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있었다. 6시 40분께 은아아파트 앞에 도착할 때까지 발을 움직여야 할 정도로 몸이 휘청거린 횟수는 20회 이상이었다. 급제동으로 옆 사람에게 발을 두 번이나 밟혔다.

    이모(45·창원시 반림동)씨는 “창원시내버스는 원래 험하다. 버스 타고 가야 하는 것을 탓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왜 이리 서두르느냐는 질문에 한 기사는 “앞차와 배차 간격, 배차 시간 등을 맞추려면 별수가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고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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