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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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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소나무 재선충 (1) 위협받는 한반도 소나무

소나무 재선충, 국가적 재난 넘어 전 세계 산림 재앙
‘남산 위의 저 소나무 ~’ 애국가 가사도 사라질 위기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

  • 기사입력 : 2015-10-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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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 2014년 5월 이후 전국적으로 이 병으로 인해 고사한 소나무는 전국적으로 약 114만 그루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선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하지 못할 경우 30~60년 안에 한반도의 소나무 전부가 절멸할 거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소나무 재선충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실태, 방제책 등을 알아본다. 아울러 피해가 심각한 경북 경주와 포항, 스페인 에스트라두마, 포르투갈 코임브라 지역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와 EU 및 유럽국가들이 펼치고 있는 재선충 확산 방지 대책에 대해 5회에 걸쳐 알아본다.

    ◆소나무 재선충= 선충(線蟲·nematodes)은 거의 모든 모든 지역과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선형동물, 즉 기생충이다. 지금까지 8만 종 정도가 발견됐으나, 자연계에는 약 100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측될 정도로 종류와 개체수가 많다. 상당수의 선충은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생태계에서 특정 층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식물기생성 선충은 기생하는 모든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배추나 고구마, 당근 등 식량작물의 11%, 경제작물 14%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충의 일종인 소나무 재선충은 크기 1mm 내외의 실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으며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하늘소가 소나무 새순을 갉아 먹을 때 상처 부위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한다.

    성충이 되는 데 약 5일이 걸리고, 한 개체당 수명은 35일 정도다. 한 번 산란할 때 80개 내외의 알을 낳아, 한 쌍의 선충이 20일 후 20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한다. 25도 정도의 기온에서 번식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한 뒤 6일째부터 잎이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20일째부터 잎이 시들고 30일 후 잎이 급속하게 붉은색으로 변색하며 고사한다. 학술적으로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 이창준 박사는 “현재까지는 재선충이 급속도로 증식하면서 소나무의 가도관을 가득 메워 물과 양분의 이동을 차단하고 셀룰라아제(celluase)를 배출해 균을 배양하면서 소나무가 고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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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의 생육 과정. 고사한 소나무에 매개충이 산란을 하고, 알에서 부화한 성충이 다른 소나무로 옮겨가 재선충을 퍼뜨림으로써 또다시 고사시킨다. /산림청/


    ◆매년 200만 그루 신규 감염=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재선충이 발견된 것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였다. 2000년 1677ha(감염목 수 2만8000그루), 2005년 7811ha(56만6000그루), 2006년 7871ha(40만9000그루), 2007년 6855ha(18만5000그루), 2009년 5633ha(4만2000그루), 2010년 3547ha(1만6000그루) 등으로, 2000년 이후 급속하게 감염 개체수가 늘었다가 2007년을 기점으로 증가 속도가 주춤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소나무 재선충병은 인천, 대전, 세종시를 제외한 14개 시·도와 77개 시·군·구에 발생했다. 정부는 방제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5년 3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시행하고 2009년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2015년 9월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은 기발생 지역이었던 강릉, 동해, 영암, 의령, 함양, 울산 동구, 익산, 영천, 경산, 서울 노원, 포천, 원주, 목포, 부산 동구·동래·연제, 대구 달성·달서·수성, 춘천, 옥천, 단양, 신안, 상주 등 24개 시·군·구를 청정지역으로 환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선충 감염을 근절하지는 못한 상황으로, 매년 평균 2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신규로 감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충 매개충과 소나무= 소나무 재선충병의 특징은 재선충 스스로 소나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전파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반드시 솔수염하늘소나 북방하늘소라는 매개충(vector)에 의해서만 새로운 기주(寄主) 식물로 이동해 소나무를 감염시키고 종족번식을 할 수 있다는 것. 매개충은 1년 1세대로, 성충은 건강한 소나무류 가지를 먹고 자라 고사한 소나무류에 산란을 한다.

    이러한 요건 때문에 고사한 소나무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나무를 또다시 감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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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김해 대청계곡 인근 야산에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들을 훈증처리한 수십 개의 더미가 마치 무덤처럼 보인다. /경남신문DB/


    ◆도내 소나무재선충 감염 실태= 도내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처음 확인된 것은 1997년 함안에서였다. 이후 2015년 10월 현재까지 15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올해는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어 나무 바깥으로 나오는 우화기인 5~8월 사이 2만8000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10만5000그루의 27% 수준이다. 특히 지난 8월 말 소나무재선충병 청정지역이던 거창에서 재선충감염이 의심되는 소나무 6그루가 발견돼, 도가 정밀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이 중 3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거창은 진주나 의령, 창녕 등 기존 발생지역에서 40㎞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솔수염하늘소에 의한 자연적 확산보다는 감염 소나무 이동 등 인위적 요인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감염경로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소나무가 위험하다= 소나무 재선충은 1905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이후 1934년 미국, 1982년 중국 남경, 1985년 대만, 1985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1993년 멕시코, 1999년 포르투갈, 2009년 스페인에 순차적으로 퍼져 나갔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우리나라와 포르투갈, 스페인. 한반도 수종의 약 30%, 이베리아 반도 수종의 약 50%가 소나무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등 북미지역은 재선충에 감염돼도 죽지 않는 저항성 소나무인 리기다 소나무, 리기테나 소나무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나라는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해송, 낙엽송, 잣나무 등이 주종을 이뤄 그 피해가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가 민족의 절개를 상징하는 특별한 수종으로 인식되면서 삼림 피해뿐 아니라 대중의 정서적 상실감 또한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동운 경북대 생물응용학과 교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충에 의한 식물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특정 종을 박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재선충에 의한 피해가 한 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재선충 확산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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