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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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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보편의 단어 등

  • 기사입력 : 2024-01-24 08: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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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의 단어=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한데, 그럴 때면 친밀한 누군가에 익숙한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기 마련이다. ‘언어의 온도’로 언어가 지닌 소중함을 알려줬던 이기주 작가가 이번엔 ‘단어’를 들고 돌아왔다. ‘기분’은 얇은 종이처럼 찢어지기 쉬운 것이어서, 사소한 것에 마음 상했던 것은 나의 옹졸함이 아니라 당연히 그럴 만 했던 것이라고 나를 토닥인다. 이기주 저, 말글터, 1만6000원.


    △아홉 꼬리의 전설= 진해 출신의 배상민 소설가가 네 번째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소문의 시대’였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혼란의 시기에 더욱 무성하게 가지를 뻗는 흉흉한 ‘소문’과 기이한 ‘이야기’를 쫓는 두 탐정 이야기를 다뤘다. “이야기 뒤에는 반드시 뭔가 단단한 게 있네. 불가살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생명력이 소설에서 피어난다. 배상민 저, 북다, 1만5000원.


    △달걀이 탁!= ‘어린이는 성가시고 짜증나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아동 혐오가 찾아왔다. 어린이, 아동은 돌봄의 대상에 불과할까. 최근 가정 내 어른 환자나 동생들을 돌보는 아동, 청(소)년 등 영케어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책은 그동안 우리가 애써 보지 않았던 만만찮은 삶의 무게를 진 네 아이를 다룬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반신불수 아빠와 사는 ‘지은’이는 냉장고 속 달걀이나 남은 세탁 세제 같은 걸 헤아린다.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됐던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성장 이야기가 묵직하게 아프다. 고이 글, 김연제 그림, 마음이음, 1만2500원.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 힘들게 공공기관에 입사해 놓고는 4년 만에 퇴사해 진주에 카페 겸 서점을 차린 자신의 삶을 일기쓰듯 풀어냈던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저자의 생존신고쯤으로 보면 될까. 그는 ‘내가 기대한 인생은 아니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공간’에서 치열하고도 맹렬한 일상 투쟁 중이다. 태어난 곳, 살던 집, 일하는 공간처럼 때론 달콤하거나 씁쓸하거나 뭉클한 당신의 그곳을 떠올리게 한다. 채도운 저, 지베르니, 1만7000원.


    △편지의 시대= 편지가 낯선 시대여서인가. 편지가 주는 애틋함,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이지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편지의 시대’를 펴냈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편지가 가득 쌓인 비밀스런 서랍장을 열어젖힌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시인에게 편지쓰기란 당신과 가까워지거나 무언가를 주고받기 위한 것이 아닌, 다만 당신이 거기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어떤 사랑도 기록할 수 없다면 사랑을 쓸 수 없다면 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에요’ - ‘불타버린 편지’ 중. 장이지 저, 창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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