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여행연구소 ‘73걸음’을 운영하는 고훈영(왼쪽)씨와 김우현씨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앞에 나열한 역할들을 다 해내는 연구소다. 여행사, 일반음식점, 대여업 3가지의 사업자가 있는 연구소의 이름은 73걸음. 강구안을 여행하듯 천천히 내딛었을 때 1분 동안 세어본 평균 걸음수라고 했다.
통영을 찾은 사람들이 쫓기듯 여행하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통영을 여행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름을 지었다는 두 사장님은 통영토박이 김우현(35), 고훈영(33)씨다.
여행을 좋아하던 둘은 통영을 찾은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젊은 뚜벅이 여행자들이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보는 곳을 떠올리게 됐고, 2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5월 이곳에 문을 열었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 분점을 이용해 배낭을 보관·이동해주거나, 혼자 온 여행객들이 가기 어려운 곳을 함께 떠나주는 일일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최근에도 4개월 동안 인도를 다녀왔을 만큼 여행을 매년 떠나는데 그럴 때마다 불편했던 점들을 한국에선 풀어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창업 아이디어부터 지금까지 여행자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데, 여행도 트렌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여행자들의 수요를 알아보려고 하죠.”
관광지 위주의 패키지를 짜놓고 여행을 진행하는 여행사가 아닌 새로운 형태다보니 참고할 만한 곳도 없어 맨땅의 헤딩과 같았다. 그래도 즐거웠다. 여행자들과 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정말 즐기면서 해서 힘든 게 별로 없었어요. 여행연구소를 열기 전부터 사훈을 ‘우리는 봉사한다’고 정해 모자란 오빠 콘셉트로 편안하게 여행자들과 놀다온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매일 보는 석양도 날마다 다르고, 여행자들과도 날마다 다른 이야기가 쌓입니다.”
여행자들에 경상도 특유의 무심한 사투리를 쓰면서 어색한 벽을 허물고, 여행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다보니 에피소드만 해도 많다. 3일 내내 연구소에서 하루종일 머물다 간 여행자, 통영에 들렀다 제주로 갔는데 제주서 산 엽서를 전달하기 위해 다시 통영을 들렀다 간 여행자 등 기억에 남는 여행자들이 있다고 했다. 이런 여행자들을 마주할 때, 또 통영여행을 마무리할 때 연구소에 들러 인사를 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기쁘고 보람된다고 했다.
여행연구소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도 만난다. 여행사 직원의 문의도 받았다. 그 때마다 두 연구자들은 두 가지를 강조한다.
“(고)남는 것이 많이 없다고 얘기하지요. 저희가 퍼주고 이것저것 많은 걸 해서 그런지 몰라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제대로 할 거라면 그 지역을 깊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알려줘요. 나도 잘 모르는데 여행자들에게 알려준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요.”
글자로 섬을 형상화한 책갈피로 통영을 주제로 한 아트상품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부터는 제품으로 출시된 수상작을 비롯해 통영 지역작가들의 상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지역 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73걸음’을 브랜드화하고, 다른 지역에서 여행연구를 위해 애쓰는 곳들과 연계해 다양한 전국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저희와 마음이 맞는 여행사들과 연계해 여러 곳으로 여행자들을 토스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여행자들을 받으면서 재밌는 일들을 벌여보고 싶어요. ‘73걸음’답게요.”
글·사진=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