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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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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죠

정이경 시인, 등단 22년 만에 첫 시집 ‘노래가 있는 제국’ 펴내

  • 기사입력 : 2016-0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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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한 마음으로 벽돌을 쌓아 노래가 울려퍼지는 제국을 세우려는 시인의 이야기가 모였다.

    정이경(58) 시인이 등단 22년 만에 첫 시집 ‘노래가 있는 제국(고요아침)’을 펴냈다.

    늦은 첫 시집은 추억 속 플로피 디스크 날리는, 시에 대한 직무유기로 생긴 일이기도 하지만 시집을 낼 때인가 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인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문학적 소질은 어릴 때부터 잉태됐다. 장난감 대신 강소천 작가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들고 밤을 새워가며 읽은 진해 붕박골 소녀는 커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한글을 익히기도 전에 오빠의 책을 외워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언어적 감각도 축적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책에 빠져들었어요. 어둡고 추운 시절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때마다 책을 더 열심히 읽으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시를 택하게 된 건 ‘입 다물기’를 택했던 학창시절부터 다툼을 싫어하는 그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다 드러내지 않고 숨겨두는 형식이 맞았다. 그 성질에 이끌려 등단 전인 80년대 초부터 ‘진해와 진해사람들의 시’, ‘살어리 동인’, ‘가향’ 등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력을 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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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저 꽃이 거리가 있지만 이 공간 안에 같이 있잖아요. 멀고도 가까운 이 사이에 시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있기 때문에 계속 들여다보게 되니까요. 사물이든 사람이든 지독한, 지극한 관심이 있어서 아직도 이렇게 시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막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시거나, 평론가들의 눈에 띄는 시가 아닐지라도요.”

    시집의 4부에는 지리산, 북한산 등 그가 오르내린 능선들이 서 있다. 한 발 한 발 걸을 수 있다는 고마움을 산에다 고백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산행, ‘발의 아우성이 온몸으로 번’지더라도 오롯이 내 힘만으로 올라야 하는 매력에 빠진 지 오래다. “어느 산대장님의 말이 생각나요. 산을 두려워해서도, 자만에 빠져서 안 된다고요. 시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않을까요. 애정하는 모든 상태와 관계에 대한 내가 보일 수 있는 지극함만 남기려 합니다.”

    정이경 시인은 1994년 심상으로 등단했으며 심상시인회,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으로, 현재 경남문학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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