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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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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아픔 위로하는 것, 우리 모두의 책무”

창원 위안부 소녀상 제막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우뚝’
입술 다문 채 손 꽉쥔 형상

  • 기사입력 : 2015-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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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추모조형물인 ‘인권자주평화 다짐비’ 제막식에서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소녀상을 만져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2013년부터 시작돼 2년 넘게 끌어온 일본군 위안부 창원지역 추모 조형물 제막식이 2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날 제막식은 오후 4시부터 제막기념식, 위령제, 축하문화공연 등 3부에 걸쳐 치러졌다.

    흰 천에 가려진 소녀상 주위에는 할머니들의 힘겨웠던 삶을 담은 사진작품과 함께 할머니들이 겪은 참상을 그린 그림이 함께 전시돼 사람들의 이목을 붙잡았다.

    김종대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 상임추진위원장은 “힘없는 소녀들에게 가해진 억압에 대한 치유와 명예회복, 그 참담한 심정을 위로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특히나 조형물이 번화가에 건립되면 구도심 재생에 힘을 더하면서 새로운 추모 문화 정착의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형물에 씌워져 있던 흰 천이 벗겨지자 참석한 시민들은 미리 준비했던 보라색 풍선을 일제히 날리며 제막을 축하했다.

    ‘인권 자주 평화 다짐비’로 이름 붙여진 추모 조형물은 브론즈(청동)로 제작됐는데, 154㎝ 정도 크기로 타 지역에 세워진 소녀상과는 달리 단발머리가 아닌 땋은 머리로 정면을 응시한 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양손으로 천을 꽉 쥔 형상을 하고 있다. 흘러내린 천 자락이 닿은 청동판에는 시민모금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건립 비용은 ‘시민모금’= 추모비 건립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 2013년 9월. 일본군위안부 추모비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추모 조형물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추모비 건립비용은 전액 ‘시민모금’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비용은 900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진위는 당초 이듬해인 2014년 2월 말까지 완공,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제막식을 목표로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본격적으로 모금 운동이 시작되자 도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벌여 성금을 보탰고, 천주교 마산교구 안명옥 주교가 1000만원을 쾌척하는 등 각계 각층에서 성금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러자 추진위는 건립시기를 8월 15일로 늦추고 건립기금 모금 기간 역시 연장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모금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6월까지 모은 금액은 5800여만원에 불과해 추진위는 제막식을 12월로 또 한 차례 연기했다.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건립비용 문제는 지난해 9월 마산교구의 자매교구인 오스트리아 그랏츠교구에서 2000만원을, 섭리의 딸 수녀회에서도 1000만원을 내놓는 등 천주교계의 도움으로 일단락됐다. 여기에 창원시가 1000만원을 지원해 건립과 제막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했다.

    ◆장소 선정 난항에 상인 반대까지= 건립 비용은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조형물 건립 장소가 발목을 잡았다.

    추진위는 설문조사와 내부 논의를 거쳐 마산 불종거리 등을 최종 후보지로 압축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주무부서인 창원시 여성보육과로부터 조형물 건립장소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 예정지 입구 부근 16㎡ 크기의 부지(시유지)를 최종 사용승인받으며 급물살을 탔다. 추진위는 장소를 확정짓고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해 조형물 제작까지 마쳤다.

    그러나 설치를 앞둔 지난달 인근 일부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막바지까지 갈등을 겪었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달 30일 주변 상인들과 긴급간담회를 가졌고, 이후 시는 “오동동 문화광장 추진위원과 인근 지역 대부분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유치 목소리가 높아 최종 장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해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반대 상인들의 반발이 사그러들지않자 시가 조형물 건립을 ‘재검토’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고, 지난 7일 오전 시작한 설치 장소 바닥 공사는 반나절도 안돼 중단됐다. 이미 수차례 연기됐던 광복절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등에 맞춰 예정했던 제막식 일정도 무기한 연기했다.

    극심한 진통을 겪던 조형물 설치는 시가 지난 13일 오전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결국 마무리됐다.

    김유경·김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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