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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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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조폭의 고백…조폭들 이렇게 먹고 산다

[기획] 어느 20대 조직폭력배의 고백 (1) 지능화된 조폭의 범죄
“대출 강요부터 도박까지 돈벌이 무궁무진”
‘어떻게 하면 돈이 생길까’만 궁리

  • 기사입력 : 2015-08-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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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5년간 전국에서 경찰에 검거된 조직폭력배는 1만5000여명. 그리고 현재 경남경찰청의 ‘관리대상’ 조폭은 17개 파 393명. 이들이 저지른 크고 작은 범죄는 셀 수 없이 많다.

    한때는 ‘학교폭력 가해자’, 또 한때는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가 이제는 ‘A파 식구’가 된 김지훈(22·가명)씨를 만났다.

    그는 또래 학생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또 물건을 훔치다 적발돼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됐다.

    학교를 벗어난 그는 친하게 지내던 선배의 제안에 본격적인 조직폭력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후배를 찾아 영입하면서 조직의 생명이 유지되도록 했다.

    지훈씨는 왜 스스로 조폭이 되려 했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그를 통해 들은 조폭세계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싣는다.


    “‘어떻게 하면 돈이 생길까’ 그 궁리만 했어요. 늘 해오던 건 불법이라 그런 식으로 살았죠.”

    지훈씨는 창원 일대에서 활동하는 신흥 폭력조직 A파의 조직원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 조직생활을 시작해 이제는 밑에 동생들도 제법 거느리고 있다. 그가 일러준 ‘용돈벌이’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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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경남신문 DB/

    우선 주변 지인들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방법이다. “주변에 잘 찾아보면 착하고 순진한 애들이 꼭 있어요. ‘돈 필요하지 않냐’며 살살 구슬리는거죠. 그럼 대부분 넘어와요”

    속아 넘어간 지인들에게는 본인 명의로 휴대폰을 ‘가개통’시킨다. 수중에 들어온 휴대폰은 유심칩을 제거한 뒤 업자에게 단말기만 50~60만원을 받고 되판다. 가개통 단말기는 공기계 형태로 해외로 밀수출되거나 대포폰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유심칩을 이용해 휴대폰 소액결제를 하고 이를 현금화시키면 30여만원을 더 손에 쥘 수 있다. 이렇게 한 사람당 150만원에서 많게는 450만원까지 챙길 수 있다.

    그는 “더 바보 같은 애들한테는 제2, 3 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게 해요. 서류를 다 조작해서 만들기 때문에 1000만~2000만원은 기본이고, 6개월 정도 작업하면 2억원까지도 가능해요. 그렇게 받은 돈은 우리같은 사람들이 다 들고 가는 거죠”라고 말했다.

    약점이 있는 상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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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바닥이 좁다 보니까 누가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어요. 나쁜 거 한다 싶은 애들 잡아서 협박하는 경우도 있고, 또 미성년자인 여자애들한테 성인 남자 데리고 모텔에 가 있으라 해요. 그런 뒤에 두세 명 가서 현장을 덮치는 거죠. ‘미성년자랑 성매매했냐’고 협박하면 자기들도 찔리는 게 있으니까.”

    최근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가 새로운 자금줄이 됐다고 한다.

    그는 “무작위로 문자를 보내서 회원을 모집하거나, 기존 회원들한테 얼마 줄테니 몇 명 더 데리고 오라고 하든지 해서 사람들을 모아요”라고 했다. 또 “요새는 어린 애들도 교복 입고 피시방에서 많이 해요. 한 달 전쯤에는 아는 동생이 스포츠 토토에 빠져서 수천만원 빚지는 바람에 자살했어요. 처음에 1600만원 정도 따서 적금 넣더니 다시 깨서 도박하더라구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돈 빌리러 다니다 갑자기 잠적하더니 얼마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청소년기 친한 동네 선후배였던 관계가 성인이 돼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자연스럽게 소규모 조직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유흥업소 관리 등에 한정돼 있던 이들의 영역이 최근에는 폭력을 기반으로 한 불법도박장 개장, 보이스피싱 등 지능형 범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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