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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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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진동 버스사고 1년, 끝나지 않은 유족들의 슬픔

대중교통 ‘안전관리’ 강화… 쓸린 상처는 여전

  • 기사입력 : 2015-08-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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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25일 마산합포구 진동면 지산교 인근을 운행하다 범람한 하천 물에 휩쓸린 시내버스에서 119구조대원들이 탑승객을 수색하고 있다./경남신문DB/


    2014년 8월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집중호우로 정규노선을 우회해 농로로 달리던 71번 시내버스가 급류에 휩쓸렸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 A(52)씨를 비롯한 승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버스가 침수된 덕곡천은 곧바로 광암항으로 연결되는 지류로, 버스기사를 비롯한 6명이 급류에 휩쓸려 바다에서 실종됐다. 광암항에는 합동대책본부가 꾸려져 수색에 나섰고, 나흘 만에 실종자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이 사건의 책임을 버스기사와 마창여객 안전관리 책임자에게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창원시청 교통정책과와 합포구청 건설과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당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사고 일년. 무엇이 달라졌나

    그로부터 1년, 진동버스 사고가 일어난 지 정확하게 365일이 지났다. 사고 이후 창원시내 버스 안전 관리 체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4일 창원시 교통정책과와 창원시내버스협의회, 해당 회사인 마창여객을 찾았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진동 버스 사고 이후 교통정책의 기조가 ‘시민편의’에서 ‘안전’으로 급선회한 점을 강조했다.

    창원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대중 교통 정책의 기조가 ‘편의’에서 ‘안전’으로 달라졌다”며 “이전에는 버스가 시민의 발로서 기능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책의 중점이었다면 사고 이후에는 자연재해를 비롯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환기와 예방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현재 창원시는 창원시내버스협의회 소속 9사(동양, 대운, 마창, 마인, 제일, 창원, 신양, 대중, 진해)와 나머지 3개사(신흥, 동아, 창원마을버스) 등 총 12개사를 상대로 매년 4회에 걸친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사고 이전에는 난폭운전과 승·하차 안전사고 예방에 중점을 뒀다면 사고 이후에는 태풍·폭설·폭우 등 자연재해에 관한 행동요령 교육에도 상당한 비중을 둔다.

    사고 이후 창원시내버스협의회도 각 회사에 태풍 등 기상이변이 예상될 경우 비상연락체계를 갖추라는 공문을 수시로 발송하고 있다.

    사고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비상상황 시 운수종사자(기사)-운송사업자(버스회사)-창원시가 3단계로 대처요령을 갖춰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매뉴얼을 강화한 점이다.

    운수종사자가 침수나 폭설 등의 문제를 인지하면 그 자리에서 운행을 즉시 중단하고 주변상황을 판단해 회사에 보고하고, 회사는 이를 시에 보고하면 시는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현장상황을 파악해 협의를 거쳐 다시 회사에 운행가능 여부를 알리는 식이다. 이러한 ‘비상상황 행동대처 요령’ 매뉴얼의 주요 골자는 ‘운수종사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개별행동 절대 엄금’이다.

    사고 당시 버스기사 A(52)씨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폭이 4m 남짓한 농로를 무리하게 진입, 불어난 급류를 피하지 못했던 점이 과실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장재영 마창여객 대표이사는 “사고 이후 운수종사자가 자의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문제 발생시 곧바로 회사 측에 연락하고 운행가능 여부를 수시로 체크하는 방향으로 행동요령이 갖춰졌다”며 “특히 사고 이전에는 지선의 경우 승객편의를 우선 고려해 웬만한 강우나 강설에도 운행을 강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사고 이후에는 철저하게 운행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회사별 사고자 교육이 강화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마창여객 소속기사 진명균씨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 일어난 사고는 아무리 경미해도 사고내용 분석에 따른 보고서와 시말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징계처리되는 등 사고자 교육을 따로 받는다”며 “사고 이후 안전교육이 여간 깐깐해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유족들의 슬픔

    그러나 벌써 계절이 4번이나 바뀌었지만 무너진 가슴과 폐허가 된 마음 속의 상처는 여전히 전과 다를 바 없는 강도와 밀도로 박혀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나의 우주를 잃어버린 유족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대홍(49)씨는 사고로 딸을 잃었다. 지난해 8월 25일 부산의 모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은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71번 버스를 탔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 전부를 대학 등록금에 보태라고 집에 보낼 정도로 착하고 성실했던 딸은 사고 다음날 진동만 해상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물음에 김씨는 잠깐의 침묵 끝에 “잘 지냅니다”라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김씨는 “사고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면 이제 평소 ‘놀러갈 곳’이 한 군데 더 생겼다는 점이다”고 했다. 그가 말한 장소는 딸이 영면해 있는 창원공원묘원을 말한다.

    김씨는 “사실 여전히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깊게 남아있지만 남은 가족들과 함께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비가 오면 그리운 딸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른 유가족들과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 같은 아픔을 가진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인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려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수사 결과를 지켜봤지만 모두 ‘무혐의’로 나왔다”며 “전혀 수사 의지도 없어 보였고, 그대로 쥐고 있다가 결과를 발표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는 모두 운전기사의 과실이라는 건데, 바꿔 말하면 버스에 타고 있던 7명이 동반자살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해가 안 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사고 이후 아직 버스회사와 합의를 보지 못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2명의 유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들과 함께 버스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있다.

    김유경·김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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