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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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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원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대책은?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소 포화 눈앞 ‘발등의 불’

  • 기사입력 : 2015-05-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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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광역시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소 부지에 위치한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에서 관계자들이 방벽시스템과 암반 지하수 이동 등을 연구 중이다./한국원자력연구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처분이 뜨거운 감자다.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23기로, 월성 1~4호기를 제외하면 모두 경수로다.

    중수로에서는 일평균 핵연료봉 14~16다발이, 경수로에서는 18개월 주기로 핵연료집합체를 교체하며, 이렇게 쌓이는 ‘사용 후 핵연료’는 연간 700t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임시 저장시설의 저장률은 고리 82%, 한빛 60%, 한울 65.8%, 월성 78.4%(중수로)·12.2%(경수로)이다.

    임시 저장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단계적 포화시점인 오는 2024년까지 영구 처분시설 설치가 시급하다.


    ◆방사성 폐기물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능을 뿜어낸다.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때까지 일정 기간 격리가 불가피한 이유다.

    폐기물은 오염 수준에 따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로 구분하며, 전자의 처분시설로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이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장갑·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폐기물이고, 반감기(핵물질 원자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는 몇 시간에서 몇 년이다.

    고준위 폐기물은 주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봉을 말하며, 반감기는 수십 년에서 수만 년까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준위 폐기물에서 유해한 방사능이 검출 안 되려면 10만 년 이상 걸린다고 주장한다.


    ◆처분 방법

    우라늄 다발인 ‘사용 후 핵연료’는 중간 저장소를 거쳐 영구 처분시설로 옮겨진다. 중간 저장 방식은 물속에 보관하는 ‘습식’과 반대의 ‘건식’으로 나뉜다.

    중수로와 경수로 모두 습식 저장으로 사용한 핵연료의 온도와 방사능 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아울러 중수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는 6년가량 습식 저장해 핵연료봉 온도를 60℃ 정도로 떨어뜨린 뒤 ‘캐니스터(철·구리 재질의 밀봉 원통용기)’, ‘맥스터(사각형 콘크리트)’ 등에 넣어 건식 보관한다.

    지난달 2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수프로그램으로 방문한 월성 3호기 습식 저장소의 저장률은 89%(용량 4만2408다발 중 3만7800다발 저장)였다.

    서경석 월성원자력본부 대외협력팀 차장은 “사용한 핵연료봉은 온도가 수백℃에 달하기 때문에 중수로의 경우 온도가 28℃가량으로 유지되는 물에 6년간 보관한 뒤 건식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분 시설

    월성 3호기 건식 저장시설은 오는 2018년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영구 처분시설의 조속한 설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원자력 폐기물 처분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영구 처분시설 논의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국가는 원전 4기를 보유한 핀란드다. 핀란드는 지난 1983년부터 영구 처분시설 부지 조사에 착수, 2001년 부지를 선정했고 2004년부터 연구시설 건설에 착수했다. 핀란드는 수도 헬싱키에서 240㎞ 떨어진 해안가 소도시 에우라요키시(市)에 처분 연구시설 ‘온칼로’(은폐장소)를 건설 중이다. 단단한 화강암에 경사터널을 뚫는 이 시설의 깊이는 지하 455m에 달한다. 핀란드는 올해 당국으로부터 이 연구시설의 안전성과 적합성을 승인받고, 오는 2020년까지 연구시설 인근에 영구 처분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연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에서도 영구 처분시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지하 처분 연구시설(KURT)’이 그것이다.

    KURT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소 부지 후면 산지에 위치해 있다. 화강암반 지하 89m 깊이로 뚫려 있고, 연결되는 지하터널(폭 6m, 높이 6m) 길이는 총 255m다. 이곳에서는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용기·완충재·뒷채움재 등 방벽시스템에 더해 주위 암반으로 2~3중으로 둘러싸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시설의 운영 기간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KURT는 지난 2006년 11월에 준공·운영했다. 반면 해외 선진국의 운영 시기는 캐나다 1984년, 스위스 1983년, 스웨덴 1995년, 미국 1997년, 벨기에 1983년 등이다.


    ◆이대로 좋을까?

    이들을 종합하면 국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중·저준위에 비해 고준위 폐기물은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지만 중간 저장시설은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르고, 영구 처분시설에 대한 연구기간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짧다. 부지 선정 논의는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로 현재 입지 조건을 연구 중이다.

    김건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지하터널 주위 암반은 화강암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암반이 될 수도 있다. 확답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핀란드처럼 화강암반을 선택하고 부지를 선정하더라도 인근 주민 설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안전성·건강 우려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쓰고 남은 핵연료를 최대 수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부지 선정은 난관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가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최근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국내에는 원전 5기가 추가로 건설 중이고, 4기는 건설계획 단계로 향후 원전 운영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시설에 대한 연구·운영과 인근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하는 당국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정치섭 기자 su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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