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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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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년, 경남은 달라졌나 (3) 연안 여객선 안전의식

승선인원 확인 않고 차량 고정 안해 ‘안전불감’
신분확인 규정 제대로 안 지켜
해상 사고 땐 명단 파악 어려워

  • 기사입력 : 2015-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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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도에서 통영여객터미널로 돌아오는 여객선 내 TV에는 승객 유의사항 없이 드라마가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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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 실린 차량에는 고박은 커녕 나무 고임목조차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라 전체가 들썩이며 강조했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온데간데없고 아직도 안전 불감증이 남아 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50분 통영여객터미널에서 한산도로 가는 여객선 시파라다이스호(199t·정원 182명)에 몸을 실었다.

    터미널에 도착해 한산도행 표를 구입하려 하자 창구 직원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신분증을 건네받은 직원은 전산으로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를 입력했다.

    출항 10분 전, 배를 타기 위해 개찰구를 지나며 신분증을 내밀었다. 그러자 개찰구에 서 있던 직원은 “배 앞에서 확인합니다”라며 규정에 있는 검색·검문 절차 없이 그대로 지나가게 했다. 배를 타기 직전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사 직원들이 나와 승선권과 신분증을 대조하며 승객을 태웠다. 배에는 승객 30여명과 함께 차량 대여섯 대도 함께 실렸다. 그러나 차에는 별도의 고박 대신 20㎝가량 되는 크기의 나무 고임목만 차 한 대당 1~2개씩 받쳐져 있었다.

    낮 12시. 여객선이 출발하자 선내에 설치된 TV에서는 출항 후 유의사항을 방송했다. 구명조끼의 위치와 착용법, 비상상황 시 대처요령 등을 안내했다. 그러나 승객들은 무관심했다. 선실 내부에 있던 사람들 중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일부는 아예 갑판에 나가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유의사항은 엔진소리와 바람에 파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섬에서 터미널로 돌아 나올 때 있었다.

    기자는 애초 왕복 승선권을 구입했다. 승선권은 12시 통영터미널→한산도, 2시 30분 한산도→통영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산도 선착장에서 1시간 정도 머문 기자는 오후 1시 20분께 뉴파라다이스호(194t·정원 211명)가 한산도 선착장에 도착하는 것을 봤다. 이 배는 10분 정도 정박했다가 1시 30분 다시 터미널로 돌아간다.

    기자는 승선권을 내보이며 이 배를 타려고 시도했다. 기자가 가진 승선권은 2시 30분 배여서 당연히 가로막을 줄 예상했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그대로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더욱이 터미널에서 출발할 때처럼 승선자의 신분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고, 승객들은 승선권만 내고선 곧장 배에 탔다. 만약 두 배 중 한 대라도 사고가 날 경우 사고자 명단은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 배에는 화물차도 몇 대 실렸는데, 네 바퀴에는 고박은커녕 나무 고임목조차 없었다.

    배가 바다를 달리는 동안 선내에 설치된 TV와 스피커에서는 구명동의 착용법을 비롯한 유의사항 안내방송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TV에선 철 지난 드라마가 방영됐다.

    부실한 고박, 허술한 승선인원 확인과 안내방송. 하지만 승객 중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승객들은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배가 접안하기도 전에 빨리 내리려 갑판 끝 쪽으로 모여 들었고, 차량은 시동을 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됐지만 우리는 얼마나 안전을 의식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여전히 물음표다. 글·사진= 김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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