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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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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서비스업 창업 이근조씨

관리직 20년 경력 살릴 수 있게 ‘창업 궁합’ 잘 맞췄죠
효성기계공업 관리부서 근무하다 정년 8년 앞두고 40대 후반에 퇴직
[새롭게 꿈꾸자, 경남Ⅱ- 은퇴 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4) 서비스업 창업 이근조씨

  • 기사입력 : 2015-03-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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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역과 현장아웃소싱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창업한 이근조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성승건 기자/


    대기업 관리부서에서 일하던 이근조(54·창원시 성산구)씨는 정년을 8년 앞둔 40대 후반에 퇴직해 용역과 현장아웃소싱 등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

    창업 5년이 넘어서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겨 월급쟁이 보다는 수입이 낫지만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이 분야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것 같다고 했다. 창업 전 주변에서 도와주겠다는 말만 믿지 말고 철저한 자신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씨가 서비스업을 창업한 것은 직장에서의 일과 관련이 있다. 서비스업은 경비·청소·빌딩관리 용역과 현장아웃소싱(생산라인, 포장, 물류, 검사도급) 등이다. 이 분야의 일은 사람 관리와 조직 운영을 어떻게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가 대학을 졸업(법학 전공)하고 지난 1990년 6월 창원공단 내 효성기계공업(주)에 입사해 관리직으로 20년간 근무한 것은 이런 능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입사해 처음에 노사관리를 맡았는데 1987년 6·29선언 이후 민주화 바람이 불고 창원공단의 노동현장에서는 노사분규가 극에 달하는 시기여서 매우 힘들었다.

    강성노조원 동향 감시, 불법행위 증거 채집, 집단행동 시 몸싸움, 문제된 사건들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 업무, 해고자 소송을 위한 자료정리 및 소송 진행…. 그는 이런 일을 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로 여러 차례 회사를 그만두려 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접었다고 한다. 어려운 일을 맡아서인지 승진은 입사동기보다 먼저해 노사협력팀장, 인사팀장, 총무팀장을 맡았고, 퇴직할 무렵에는 경영지원팀장을 맡았다.

    그는 이처럼 다양한 관리분야를 거치면서 서비스업종에 필수적인 인원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쌓게 됐다. 또 창원공단 내 많은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를 가지면서 서비스업 분야에 뛰어들면 활용할 수 있는 인맥도 확보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자녀교육과 노후 걱정 등이 작용했다. “50세를 2~3년 앞두고 고교 1학년이던 큰아들을 보면서 3년 뒤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큰아들이 대학을 가게 되면 학자금 등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그때 다니던 회사 봉급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또 노년기가 걱정도 되고 50세를 넘기면 창업을 하기가 싶지 않다는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9년 8월께 평소 친분을 가진 지인이 초기에 기본적인 사무실 관리비 비용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청소·경비·시설관리용역을 창업해 보라는 권유였다.

    “저는 창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인원 관리 업무를 20년 넘게 해 영업적인 측면만 조금 가미하면 추천해 주는 일이 괜찮겠다 싶었죠.”

    그렇지만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 회사를 다니면서 2009년 9월 1일 창원시 성산구에 우마테크(주)라는 상호로 창업을 했다. 회사 이름은 소(牛)가 우직하게 일하듯이 열심히 노력해서 말(馬)이 달리듯이 빠르게 성장해 가자는 의미로 작명했다고 한다.

    창업 후 관리는 창업을 권했던 지인이 해주고 그는 틈틈이 영업을 하면서 4~5개월쯤 됐을 때, 지인이 더 이상 도움을 주기 어렵게 된 데다 사업에만 매달리고 싶어서 아내와 의논 후 회사를 그만뒀다. 2010년 1월 31일이었고 그의 나이 48세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는 분의 소개로 병원 등 2곳에 용역을 맡았지만 직접 영업에 뛰어들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용역이나 도급을 위해 담당자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면 기존 거래처가 있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자주 만나 도와주겠다던 다른 업체 관계자들조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를 떠나니 회사 다닐 때와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미 이 분야에 기존 업체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그는 거래업체가 있는 곳은 꾸준히 찾아가고 신생 업체는 무조건 찾아다니면서 거래처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섰다. 이 결과 1년 정도 지났을 때 병원, 회사 등 어느 정도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용역입찰에는 업체들의 난립으로 낙찰률이 1년에 0.7개에 불과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창원업체 대상 전자입찰의 경우 약 80개 업체, 경남 업체 대상은 약 400개 업체, 전국 업체 대상은 약 2000개 업체가 참여한다.

    “어렵게 신규로 거래처를 확보한 곳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용역에 맞게 철저히 서비스를 합니다. 이를 테면 경비·청소용역의 경우 직원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은 물론이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체크하고 해결해 가면서 고객 만족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정기적인 직원들의 고충 상담을 통한 철저한 관리로 직원들의 이직률은 낮추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거래처에서 직원들의 잦은 이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이처럼 적극적인 영업과 직원 관리를 철저히 하자 거래처도 꾸준히 늘면서 2013년 말께부터는 회사 다닐 때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거래처를 확보한 곳도 언제든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지속 성장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우선 매출 증대를 위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직원들이 신나는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가까운 병원과 협약해 저렴한 비용으로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기 단합대회 및 야유회, 문화강좌 등을 할 계획입니다. 직원들이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때 회사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후 불안 등으로 주변의 얘기만 듣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출발을 한 그는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사람들이 흔히 50세를 넘어서 사업하다 잘못 되면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잘 생각해서 해야 한다고 하는데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때문에 인생2막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 영업능력(현직에 있을 때 인맥은 현직을 떠나면 ZERO로 놓고 시작해야), 수요조사, 경쟁관계사 현황 등 철저히 분석·조사하고,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창업한다면 제2의 인생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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