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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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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공작기계AS 창업 박근주씨

[창간특집] 새롭게 꿈꾸자, 경남Ⅱ
(1) 두산인프라코어 퇴직 박근주씨
재직 중 ‘창업 계획’ 착착 조립… ‘회사일’ 쌓아 ‘내 일’ 만들었죠

  • 기사입력 : 2015-03-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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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퇴직 후 1인 창업을 시작한 박근주씨가 공작기계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수명은 늘었지만 노후자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은퇴 자금으로 ‘사업이나 하자’며 치킨집 등 창업이 쉬운 업종에 겁 없이 뛰어들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다. 그런 위험부담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귀촌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봉사활동을 하며 삶의 보람을 찾는 이들도 있다. 본지는 예비은퇴자들에게 시사점을 주고자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제2 인생을 어떻게 꾸리는지 소개한다.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였던 박근주(53)씨는 정년을 9년이나 남기고 퇴직, 개인사업자로서 공작기계 AS(사후서비스)를 하고 있다.

    창업한 지 채 2년이 안됐지만 웬만한 직장인보다 수입이 많다. 성공적인 창업은 기술력과 장기간의 준비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제 외간리 농촌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가정형편 탓에 부산기계공고에 입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대우중공업에 취직했다. 김우중 회장이 키운 대우중공업은 1997년 외환 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나중에 대우종합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개명했다.

    입사 후 공작기계 조립 파트에서만 20년가량 근무하던 박 대표는 사내 해외서비스 직원 모집에 지원해 3개월간 미국에서 현장조립을 하며 견문을 넓혔다. 이때부터 직장생활을 접고 공작기계 서비스 분야로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공작기계를 다루는 것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렸고 창업 준비가 안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48살 때 조립 파트에서 서비스 파트로 부서를 옮겼다.

    “부서를 옮기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고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당시 조립 파트에서는 베테랑의 부서 이동에 반대해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파트에 가서도 오래 있지 않고 경험을 쌓은 뒤 퇴직한다고 이미 계획을 세웠죠.”

    서비스 파트에서 일을 하며 다녀보니 퇴직한 회사 선배들이 외주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퇴직 후에는 일을 않겠다던 선배들이 전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모습을 본 박 대표는 창업 결심을 굳혔다.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면 나이가 많아 아무도 찾지 않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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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하기 전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이어졌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사무실은 어디에 구하고, 집기는 뭘 사고, 어떤 차를 구입해야 하나 등 고민은 끝이 없었다.

    퇴직하겠다고 하자 아내는 두말 않고 동의해줬다. 그때 이미 박 대표는 창업 준비를 끝낸 터였다. 창원시내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해 경제적으로 안정됐고 자녀 2명은 대학교를 졸업해 취업했다.

    “가족을 위한 여윳돈과 창업비용이 우선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계획이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은퇴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서를 작성해 놓아야 합니다.”

    서비스 파트로 옮긴 지 3년 뒤인 2012년 10월 사표를 냈다. 그때 51살이었고 직장생활 36년째였다.

    먼저 1년간 창원시 창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했다.

    “포털사이트 입력창에 ‘창업’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니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가 검색됐죠.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학문적 기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곳에 입주했어요.”

    창업 노하우를 예비창업자에게 전수해 창업 성공률을 향상시키고 생산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아이디어와 전문기술, 지적재산권 등을 보유한 1인 창조기업인을 위해 개인 전용 창업실 38실, 회의실, 창조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입주기업에 사무기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체계적인 창업 및 경영관련 교육, 세미나, 마케팅, 시제품 제작, 지식재산권 출원, 시장조사 등을 지원한다.

    창업관련 교육과 함께 이곳에서는 분기별로 입주기업을 평가해 지원금을 준다. 박 대표는 3번의 평가 모두 A등급을 받아 매달 70만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 공구류와 복사기, 노트북을 구입했다.

    박 대표의 현재 사무실 주소지는 자택이다. 혼자 AS하고 일거리는 스마트폰으로 연락받기 때문에 매월 수십만원씩 임대료를 내야 하는 사무실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퇴직한 회사에서 모바일 앱으로 AS를 요청하거나 이전 설치를 원하는 업체를 알려주면 방문해 일을 하고 일당을 받는다. 구매한 지 1년이 안된 공작기계 수리비는 회사가, AS 기간이 지난 공작기계 수리비는 업체가 지급한다. 점심값과 교통비 외에 다른 지출은 없다 보니 순이익이 많아 퇴직 전보다 수입이 많은 편이다.

    박 대표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공작기계 기종이 480가지나 되고 새 제품이 계속 출시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한다. 새 기종이 나오면 수시로 회사 후배를 찾아가 조립법, 부품 등에 대해 배운다.

    남은 인생 동안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한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25일 정도는 매일 40분 걷고 윗몸 일으키기 50회를 한다. 1년에 한 번은 꼭 스케일링을 한다.

    앞으로는 직원을 3~4명 채용하고 사무실도 갖춰 공작기계 판매, 중고기계 매매 등도 할 계획이다.

    “공작기계를 제가 팔고 설치해서 수리까지 일괄적으로 해주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 아닙니까. 돈이 되는 일을 많이 만들어야죠.”

    또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 조만간 보조직원을 고용해 자신의 평생 노하우를 전수하며 AS를 전담시킬 생각이다.

    박 대표는 예비은퇴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은퇴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 하나는 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야 됩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고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나를 불러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경비일을 하더라도 말이죠.”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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