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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고령화 대응…국가 미래 달렸다

고령자 빈곤 심각…고용ㆍ복지 시스템 전반 손질해야

  • 기사입력 : 2014-12-21 15: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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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회가 늙어가고 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를 넘어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에 다가가고 있다. 웬만한 농촌에서는 아기 울음을 들을 수 없고 60대 노인은 경로당에 발을 들이밀기가 쑥스럽다.  

    이런 추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타격을 주는 등 사회 전반의 활력을 떨어트린다.

    일본이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고령화다.  

    그러나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로 분류되는 독일은 건재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진국사례 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회시스템을 아예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늙어가는 한국 사회…위기감 엄습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올해 12.7%로 높아졌다. 

    최근 추세대로 낮은 출산율이 지속하고 평균 수명이 증가한다면 2017년에는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된다. 지난해 기준 초고령 사회는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 재정위기에 빠진 이탈리아 그리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복지 제도를 갖추고도 성장세를 구가하는 독일 등 세계적으로도 3개국뿐이다.

    특히 한국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내년 73.0%를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든다. 생산가능인구 자체도 2016년 3천704만 명에서 꼭짓점을 찍고 줄어든다.

    돈을 버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줄고 사회가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증가하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복지 지출 증가, 성장률 하락, 정부의 재정 건전성 위협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늙어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부 정책은 좀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팀장은 "까딱하면 한국도 10년이나 15년 뒤에 일본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며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독일과 일본의 다른 대응 

    같은 초고령 사회 3개국 중 일본이나 이탈리아와 달리 독일은 비교적 탄탄한 재정을 유지하고 국가 경쟁력도 오히려 상승세라는 평을 듣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독일은 1997년 16위에서 올해 6위로 상승했다. 이 기간에 일본은 17위에서 21위로, 이탈리아는 39위에서 46위로 각각 하락했다.  

    특히, 재정 건전성은 독일을 돋보이게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 5월 '초고령 사회 독일의 경쟁력 유지 비결'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평균 77.1%에 그쳤다. 일본(212.2%)의 3분의 1 수준이다.

    독일의 이런 성과는 고령 사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산인구의 감소를 고령자와 여성인력 활용, 이민자 유입 정책 등을 통해 보충하고 2003년 이후 연금 개혁 등 복지 효율화를 이룬 데 따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복지 지출 중 고령자 복지 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독일이 1980년 9.7%에서 2009년 9.1%로 낮아졌지만, 일본은 같은 기간 3.0%에서 10.4%로 급등했다. GDP 대비 전체 복지지출 비율도 원래부터 유럽식 복지 체제를 구축해놓은 독일은 완만한 상승세(22.1%→26.2%)를 보인 반면 일본(10.2%→22.3%)은 급등했다. 

    수출액도 1990년대 초중반에는 독일과 일본이 엇비슷했지만, 최근에는 독일이 일본의 2배를 넘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성장잠재력 하락에는 고령화의 영향도 있지만, 독일과 비교하면 자본과 생산성 악화도 문제로 작용했다"며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 서비스업 투자 등에 힘입어 생산성과 자본의 성장 기여도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 사회 시스템 개선해야 '고령사회 연착륙' 

    한국이 고령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령인구 비중 증가에 대한 대증요법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복지·의료를 강화하는 한편 고용구조를 재편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철 서강대 교수는 "고령층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적연금 같은 이전지출을 확대하고, 고령층 가구의 고용을 늘리는 한편 퇴직연령을 연장해 소득 격차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층 빈곤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복지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고령사회에 들어서 양극화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복지국가에 걸맞게 조세·재정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정부가 관련 대책에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해 출산을 독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을 효과적으로 올린 프랑스의 경우 관련 정책에 엄청나게 돈을 쏟아부었다"며 "탄력근무제, 일·가정 균형정책 등 기존 제도를 개선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저출산 문제는 기본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기 때문에 생긴다"며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는 한편 근로시간을 줄이고, 돌봄 제도를 보완해 경력단절 현상을 없애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속해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의 빈자리를 여성·고령층 고용이나 출산율 증대 정책만으로는 메울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020년대 이후에는 취업난보다 구인난이 더 심각해진다"며 "개성공단이나 외국인노동자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다문화 요소를 포용하는 것이 고령사회를 극복하는 또 다른 요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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