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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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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심뇌혈관 사망률 9년째 전국 상위권인 이유?

전문병원·의료인력 부족… 생명 살리는 골든타임 놓치기 일쑤

  • 기사입력 : 2014-12-19 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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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이씨와 거창군에 사는 김씨. 두 사람은 1942년 같은 해에 태어나 올해 72세다. 공교롭게도 두 노인은 같은 날 가슴이 답답한 통증을 느꼈다. '급체'라고 생각한 김 노인은 바늘로 손발 끝을 따고 자리에 누웠고 그날 유명을 달리했다.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자식들은 "갑자기 속이 안 좋다 하시더니…"하고 말끝을 흐렸다. 반면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시술을 받은 이 노인은 저체온요법 등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김 노인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노인은 한 대기업 회장이다.

     앞의 노인은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있다. 잘 알려진 심근경색, 뇌출혈, 협심증 등이 모두 심뇌혈관질환으로, 혈관이 막혀 피가 통하지 못해 장기가 괴사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암만큼 환자 수가 늘고 사망률 또한 높아지자 정부는 전국 11개 권역에 심뇌혈관질환센터를 건립해 치료와 예방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경남은 지난 2010년 진주 경상대학병원에 세워졌다. 전문의 당직 체계를 갖춰 환자 내원 즉시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고, 퇴원 후에도 끊임없이 혈관 건강관리와 교육을 한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200~300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러한 노력에도 경남은 심뇌혈관질환 사망률 상위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9년(2005~2013년)간 17개 시·도 중 부산에 이어 울산, 대구와 2~3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장질환의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간격을 좁히더니 지난해 50.3%(인구 10만명당)를 기록, 1위(부산 50.6%)를 넘보는 실정이다. 2013년 전국평균 심장질환 사망률은 34.1%였다.

     하지만 '왜" 부산·경남·울산·대구 등 동남권이 유독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은가에 대한 연구나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한 몇몇 의학자들이 지방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도나 시·군·구는 "왜 일을 만드느냐"며 성가시다는 반응이다.

     앞서 예를 든 대기업 회장은 심뇌혈관질환에 관한 기본지식을 갖고 있었고, 응급의료시설이 가까이 있었다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중 하나만 충족되지 않아도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 회장과 같은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환자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후 30분 안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고 90분 안에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120분을 '골든타임'이라 한다.

     도내 창원·마산지역은 삼성창원병원, 파티마병원, 한마음병원 등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서부경남은 경상대병원 1곳뿐이다. 통영, 산청, 함양 등지에서 40분~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다. 의료진들은 그나마 2시간 내 도착만 하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앞서 예를 든 김 노인처럼 릫체했다릮며 민간요법을 쓰거나 동네의원을 돌다 손써 볼 도리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심뇌혈관 증상 발현 후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비율 및 혈전용해술 제공 비율'에 따르면 2012년 급성 심근경색증 흉통 시작 후 120분 이내 병원에 도착한 환자 비율은 45.5%였다. 환자 반 이상이 골든타임을 넘어 내원했다는 이야기다. 황진용 경남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장은 "도내 의료 인프라 부족 때문인지,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무지 때문인지, 높은 사망률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는 느는데 의료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한병원협회가 발표한 2015년 전공의 모집 결과, 내과는 588명 정원 중 92.2%에 해당하는 542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의료의 근간'이라 불리는 내과가 미달한 것은 사상 최초다. 의료수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정부가 단행하려 하는 원격진료가 내과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지원율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씁쓸하게도, 지원율 미달 때문에 비상이 걸린 건 지역의 대학병원이다. 지역 의대생들이 서울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으로 몰려갔기 때문. 경상대병원이 7명 모집에 3명, 부산대병원이 9명 모집에 3명이 지원했고, 충북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은 지원자가 없었다.

     황 센터장은 "혈관을 뚫는 시술은 의료진이 팀을 구성해야만 시행이 가능한데, 중요 보조 인력인 레지던트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실제 대구의 한 종합병원은 심뇌혈관질환 응급환자를 받지 못해 상급병원으로 이송시키고 있다"며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우수 의료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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