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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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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474) 제7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 ④

“뭐하고 있어?”

  • 기사입력 : 2014-11-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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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시박스에서 5만원권으로 200만원을 찾아 두 달 치 밀린 월세를 냈다.

    “어머, 돈이 들어왔네.”

    주인 여자는 월세를 주자 입이 찢어졌다. 40대 후반의 여자로 늙수그레한 남편을 쥐잡듯이 닦달하는 여자였다. 눈꼬리가 사납게 찢어져 있었다.

    “앞으로는 밀리지 않을게요.”

    “그래. 재촉해서 미안해. 우리도 형편이 어려워서 그래.”

    주인 여자는 뚱뚱한 몸을 흔들면서 교태까지 부렸다. 이요환은 주인 여자에게 목례를 하고 지하방으로 돌아왔다. 비 때문에 방안이 썰렁하고 눅눅한 냄새가 풍겼다. 가스 값이 아까워 돌리지 않던 보일러를 틀고 인터넷으로 밀린 전기요금과 스마트폰 요금, 가스 요금을 결제했다.

    “사채를 갚아야 돼.”

    사채는 원금까지 합해서 모두 700만원이나 되었다. 연이자가 39%나 되는 고리였다. 전화를 걸어 잔액을 확인한 뒤에 모두 입금시켰다. 한 달에 원금과 이자가 80만원이나 나갔었다. 이요환은 항상 깔아놓은 이불 속에 들어가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사업을 해야 돼. 돈을 벌어서 성공해야 돼.”

    이요환은 이불 속에서 궁리를 했다. 돈을 버는 것은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단 무슨 사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연구해 보기로 했다. 방안이 점점 따뜻해 왔다. 보일러 탓인지 몸이 나른해져 왔다. 문득 장대한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녀에게 1억원이나 준 것일까. 그에게 애인이란 어떤 의미인가. 장대한은 칼국수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장대한은 왜 하필 칼국수사업을 시작했을까?”

    장대한이 쓴 책을 찾아서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이 오지 않아 만화 스토리를 쓰는 안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하고 있어?”

    “하긴 뭘해? 비 오는데 스토리 구상이나 하고 있지.”

    안소연은 만화 스토리를 쓰고 있었으나 만화 역시 사양사업이었다. 대본소가 없어지고 대여점도 사라져 만화가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었다.

    “만화 스토리 써서 돈이 벌려?”

    “미생 봐라. 수억원을 벌었다고 하더라.”

    미생은 웹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니가 미생 같은 스토리를 쓰냐?”

    이요환은 한때 안소연과 함께 만화 스토리를 썼기 때문에 친구로 지냈다.

    “이게 왜 아침부터 염장을 질러? 비 오니까 싱숭생숭하냐?”

    “그래.”

    “이럴 때는 남자하고 사랑을 해야 돼. 남자 친구가 꼭 안아줘 봐라. 오금이 저리지. 내가 남자친구 소개해 줄까?”

    “필요없어. 나도 남자 친구 있어.”

    이요환은 장대한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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