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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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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만추의 감동' 지리산 백무동 계곡

물에 닿으면 꺼질세라, 더 붉게 타는 단풍
[경남 비경 100선] (77) 함양 백무동 계곡 단풍

  • 기사입력 : 2014-10-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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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지리산 계곡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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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내소 폭포.


    우리 민족의 기상과 혼이 서린 지리산은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으로 불려 왔다. 신라 5악 중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를 얻는다고 지리산(智異山)으로 명명됐다 하며, 백두산이 흘러내려왔다 해 두류산(頭流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불가에서는 깨달음과 득도의 산이라 해 큰스님의 처소라는 뜻의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불린다. 지리산의 정상 천왕봉은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100번지이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함양, 산청, 하동,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높이 1915m, 동서 길이 50㎞, 남북길이 32㎞, 둘레 약 320㎞에 이르며 반달곰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유서 깊은 사찰과 천연기념물이 많고 경치가 수려해 196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소백산맥 남단에 속하는 고산(高山)으로 여러 높은 봉우리와 험준한 산마루가 펼쳐져 있다.

    지리산에서 가장 계곡미가 뛰어난 골짜기로 알려진 백무동계곡은 연하봉, 삼신봉, 촛대봉, 영신봉, 칠선봉 사이의 울창한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구절양장 계곡을 흐르다 크고 작은 소(沼)와 담(潭), 폭포를 잉태하는 곳으로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품은 우리나라 계곡의 대명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함양에서 휴천면 오도재를 지나 마천면 백무동으로 향했다. 도로변에는 오색찬란한 단풍나무가 물결치듯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고 백무동을 찾는 전국의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백무동에서 동서울을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도 많았다.

    버스 주차장 옆에는 등산객들의 편의를 돕는 지리산국립공원 백무동탐방안내센터가 있으며, 그곳에서 안내 책자를 챙겨 백무동으로 향했다.

    백무동의 지명 유례는 이곳 강청마을에 남다른 지혜로운 기운을 받기 위해 무당 100명이 이곳에 거주했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마천면민들은 통일신라가 전국에 삼산오악을 배치하면서 지리산에 성모천왕을 산신으로 배향해 국태민안의 발원지로 삼고 가뭄이나 질병 등 나라에 큰 재난이 발생할 때 제사를 지내오던 풍습에서 기원을 두고 천왕축제를 매년 10월에 열고 있다.

    또 한국 근대사에서도 일제강점기, 여순반란사건, 6·25전쟁 속에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숨진 분들이 많아 축제를 통해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하며 비극을 넘어 평화와 희망을 기원하고 있다.

    백무동 초입에는 지리산국립공원 함양분소가 있으며 장터목 대피소로 오르는 코스와 세석대피소를 오르는 코스로 갈라지는 곳에 야영장이 계곡을 끼고 있다. 단풍이 한 폭의 그림같이 물들고 있어 관광객과 등산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2.7㎞정도 가면 가내소 폭포를 구경할 수 있다. 가내소 폭포는 먼 옛날 한 도인이 이곳에서 수행한 지 12년이 되던 어느 날 마지막 수행으로 가내소 양쪽에 밧줄을 묶고 눈을 가린 채 건너가고 있었다. 도중에 지릿한 마고할매의 셋째 딸인 지리산녀가 심술을 부려 도인을 유혹했고 그만 유혹에 넘어가 물에 빠졌다.

    그래서 도인은 “에잇~ 나의 도는 실패했다. 나는 이제 가네” 하고 이곳을 떠났다고 해서 가내소라고 알려져 있다. 옛날 마천면 주민들은 심한 가뭄이 들면 이곳 가내소를 찾아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가내소 폭포에서 0.3㎞ 정도 올라가면 오층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오층폭포는 말 그대로 계곡이 오층으로 물줄기를 휘어감고 있다.

    여기서 0.7㎞ 올라가면 한신폭포가 보인다. 한신폭포는 원시림이 자랑거리다. 여름철이면 싱그러운 녹음과 시리도록 맑은 물줄기로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늦가을이면 낙엽과 단풍물결로 만추의 서정을 빚어내 찾는 이를 감동하게 한다. 겨울에는 눈이 쌓이면 빙벽과 설벽을 만들어 모험을 즐기는 산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백무동 계곡은 장터목과 세적평전 사이에 10㎞를 흘러내리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울창한 나무숲 속에 숨겨진 계곡의 물은 자갈 하나하나가 선명히 보일 만큼 맑고 푸르고 차갑다.

    백무동 계곡은 또한 트레킹의 명소이기도 하다. 백무동탐방안내소~가내소폭포~오층폭포~한신폭포로 이어지는 3.7㎞의 코스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곳으로 큰 바위가 많고,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연이어 펼쳐져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산악인들이 찾는다. 백무동 계곡 구간은 10월 25일부터 11월 초까지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글·사진= 서희원 기자 sehw@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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