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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획취재] 재난·위기 관리시스템, 지방정부의 역할 (4) 고베 대지진의 경험이 남긴 교훈과 과제

“그날을 잊지 말자” 각종 방재시스템 구축해 경각심 고취

  • 기사입력 : 2014-10-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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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상시에는 체육시설로 이용되지만 유사시에는 구호물자의 집결지로 활용되는 효고현 소방학교의 테니스장.


    1995년 1월 17일 새벽 일본 효고현 한신·아와지 (阪神·淡路)에서 일본 역사상 도심부를 직격한 최초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20여초의 직하 진동 7.3의 강력한 지진은 아름다운 항구도시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고 당시 인구 150만명이 넘는 대도시 고베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고층빌딩은 물론 저층 주택가까지 무너져 잿더미가 되고 고가다리로 건설된 도시고속도로가 엿가락처럼 상판이 무너져 내렸다. 행방불명자까지 포함해 무려 643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2만6804명, 이재민은 약 20만명에 달했고 물적인 피해 규모는 14조1000억엔에 이를 정도였다.

    재해 당국도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고 방재 선진국인 일본도 이 당시까지만 해도 재난대응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이 국가와 국민들의 방재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대책을 재수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결국 1995년 고베 대지진은 엄청난 희생을 남겼지만 일본은 재난대비 시스템을 재정립하고 도시 건설의 안전성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효고현은 이후 국가 지원을 받아 ‘그날을 잊지 말고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2002년 고베시에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를 세웠다. 이 센터는 대지진의 잔해들과 생생한 영상자료들을 테마별로 전시하고 있으며, 지진 강도별 체험 공간도 마련해 시민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9년이 지난 지금에도 당시의 상흔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는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과 재해의 방재 거점으로서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만든 공공체험시설이다. 지진상황을 실제 체험하고 대지진의 경험과 교훈을 후세에 계승하기 위한 노력물이고 교훈적 집합소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는 넓게 트인 광장 가운데 통유리벽으로 된 5층 건물과 불투명한 벽으로 된 3층 건물 2개동으로 분리된 구조였다. 왼쪽에 방재 미래관, 오른쪽에는 인간 미래관이 들어서 있다. 방재 미래관은 2002년 4월, 인간 미래관은 2003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유료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고베시나 효고현 주민뿐만 아니라 일본과 해외에서도 많이 견학을 온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방문객이 늘고 있어 고베시민 중에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해당 언어로 안내를 맡아 봉사하고 있었다.

    방재 미래관 시설은 4층에서부터 차례로 한 층씩 내려오며 견학할 수 있도록 돼 있다.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지진체험공간으로 이동한다. 고베 대지진 당시 도시가 무너지는 파괴적인 현장을 대형 영상과 음향으로 전달했다.

    영상 상영은 4면이 기하학적인 형태의 벽으로 돼 있으며 방문객이 가운데 정렬해 서면 불이 꺼지고 7분간 영화가 상영된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악몽의 그날 새벽 미명 대지진이 시작되는 순간 고베시의 도심 주요 지역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영상을 고스란히 편집해 차례로 보여준다.

    평온한 주택가, 달리는 전철, 고가도로의 차량들, 견고해 보이는 고층빌딩이 갑자기 큰 충격으로 흔들리며 무너지고 충돌하며 추락하고 파괴돼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는 모습이 연출됐다.

    영화를 보고 나가는 통로에는 지진재해 직후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아 경각심을 고취시켜주고 있었다.

    인간미래관은 대지진으로 재인식한 생명의 존엄성과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알고 배우기 위해 ‘생명’ 그 자체를 테마로 ‘생명의 고귀함’, ‘생명의 주체’, ‘사람과 사람의 공생’을 주제로 자연, 인간, 교류관으로 꾸며 생활의 감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마사히코 무라타 연구부장은 “고베 대지진 당시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실제와 유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고현 소방학교도 고베 대지진을 교훈으로 각종 방재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다. 인재육성기관이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광역방재센터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효고현 소방학교의 전체적인 면적은 250㏊에 이른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각종 구호물자의 집결지이면서 소방관과 경찰관의 거점 활동지, 지역주민 등 방재리더의 연수기관, 전문적인 설비를 갖춘 훈련소, 소방인력 양성학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효고지진연구센터, 비상대책 훈련센터, 헬기 3대가 동시에 이착륙이 가능한 헬리콥터장, 구호물자의 집결지 역할을 하는 테니스코트장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종합트랙육상경기장 내부에는 1억엔 상당의 식량 5만3520개, 모포 6만8060장 등의 물자가 구비돼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체육시설까지 포함해 연간 9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테니스장에 많은 사람들이 보내주는 구호물자를 집결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필요한 곳에 보내줬다.

    또한 구출, 구호를 위해 헬리콥터나 경비행기, 많은 소방대원이 움직이는 곳이다.

    평상시에는 일반인의 체육시설 장소로 쓰이고 유사시에는 재난재해의 구조활동이나 구출활동, 구조물자가 모여져서 단계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돼 있는 곳이다.

    글·사진=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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