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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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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단통법’ 논란 유감- 이상목(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4-10-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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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단통법’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발효된 지 꼭 3주 만이다. 휴대전화를 살 때 누구는 값싸게, 누구는 비싸게 사는 불공평한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당초 입법 취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구나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게는 됐지만, 다 같이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나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작용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주장까지 나온다. 성난 소비자들은 ‘서민 등골을 후려치는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판매량이 급감해 어려움에 봉착한 유통점들도 ‘단통법이 통신사의 잇속만 채워준다’며 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 법은 미래창조과학부 의뢰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발의해 제정됐다. 법안의 핵심은 고가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고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 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법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신사 간에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정보에 어두웠던 ‘착한’ 소비자들이 바가지를 썼던 폐단은 없앴다는 평가도 있다. 통신사들로 하여금 ‘꼼수’를 쓸 여지를 없앰으로써 속칭 ‘호갱님’ 발생은 막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문제점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보조금 축소에 따른 휴대폰값 상승을, 이동통신사는 제조사의 비협조를, 제조사는 판매 급감을 각각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단통법 시행 첫 주 이통사 보조금은 8만~15만원 안팎으로 고시돼 정부 상한선인 3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이통 3사 간 하루 평균 번호이동건수는 9000건으로 법 시행 전 매일 2만건을 상회하던 것에서 반토막이 났다. 단말기 판매량도 확 줄었다. 전국 휴대전화 판매망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소속 점포들의 경우, 영업을 포기하고 매장을 정리하는 숫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표면적으로는 법 적용 당사자 어느 일방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국회로까지 논란이 번졌다.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단통법 추궁이 거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단통법 시행으로) 대리점과 통신사, 제조사만 이익을 가져가고, 국민만 봉이 된 거 아니냐”고 고강도로 비판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단말기 가격 부풀리기가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란 지적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아울러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공정거래위 수장의 발언으로 단통법 폐해는 일정 부분 사실이 된 셈이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실패한(?) 법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통3사와 휴대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고강도 보완책을 주문하고 나서 추이를 지켜볼 대목이다. 통신사에는 보조금 상향과 요금 인하를, 제조사에 대해선 출고가 인하를 요구했는데 체감할 정도의 보완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교체 주기는 평균 16개월, 보조금을 제한 스마트폰 가격은 70만~110만원 안팎으로 각각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부담이 큰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단통법의 이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국민을 설득시키기는 어렵다. 정부는 단통법의 입법취지가 되살아나도록 제조사와 이통사로 하여금 특단의 보완책을 시급히 내놓게 해야 한다.

    이상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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