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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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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393) 제6화 인형의 집 53

“술 좀 사줘요”

  • 기사입력 : 2014-07-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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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희는 회사를 합병한 뒤에 밤 11시까지 일을 할 때가 많았다. 장대한이 외부로 돌아다녀도 이유를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자금이 어려워요? 우리 회사에서 지원하면 안 돼요?”

    강연희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강연희의 게임회사도 아직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자금을 쏟아붓는 게 문제가 아니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바빠도 집에 한 번씩 들러요.”

    “내일 꼭 갈게.”

    장대한은 강연희와 통화를 끝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두회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할 묘책을 찾아야 했다. 자금을 계속 지원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했다.

    이내 지하철이 왔다. 장대한은 지하철을 탔다. 비가 오고 있기 때문인지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비 때문에 심란한 표정이었다.

    “어머.”

    지하철에는 뜻밖에 닭강정 회사에서 일을 하는 박민숙이 타고 있었다. 장대한은 의외의 만남에 놀랐다.

    “지금 퇴근해?”

    장대한은 박민숙을 살피면서 물었다. 그녀는 하늘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얼굴이 밝아 보이고 옷차림도 고급스러웠다.

    “네. 지하철로 퇴근하세요?”

    박민숙이 장대한의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장대한은 항상 차로 출퇴근을 했다.

    “술을 좀 마셨어.”

    오미경이 걷자고 하는 바람에 서초동 거리를 10분이나 걸었다. 돌아가서 대리기사를 부를까 하다가 지하철을 탔던 것이다.

    “직영점은 어때?”

    “괜찮아요. 닭고기를 바삭하게 익혀서 손님들이 많아요.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행이네.”

    이광석의 닭강정 회사는 그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직영점에도 나가지 않고 있었다. 닭강정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바쁜가 봐요. 연락 한 번 안하고….”

    “게임회사 일이 바빠.”

    박민숙에게서 톡 쏘는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하철을 내렸다.

    “비가 더 많이 오네요.”

    지하철역에서 나오자 박민숙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장대한은 하늘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우산을 썼어도 아파트까지는 5분 정도 걸어야 했다.

    “술 좀 사줘요.”

    박민숙이 장대한의 팔짱을 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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